주요 요직을 거친 전관들이 전면 배치된 법무법인 다전이 1조원대 사기 주범이 수감 중 세탁한 은닉자금을 수임료로 챙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드러난 메모와 정황, 전관에게 흘러간 수억 원의 수임료
취재 결과, 1조 원대 다단계 사기로 구속된 김성훈이 수감 중 세탁한 것으로 보이는 29억 원 중 4억 200만 원이 법무법인 다전으로 흘러갔다는 메모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확보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경찰은 2020년 김성훈의 형집행정지 알선 모의와 범죄수익 은닉 등을 수사해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메모와 진술을 확인해 검찰 송치했다. 이는 그동안 IDS홀딩스 피해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 메모는 김성훈이 수감 중에도 재소자들과 외부 법조인 등의 도움을 받아 CP홀딩스라는 법인을 설립해 세탁한 29억원의 사용처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김성훈의 자금 관리인이 실토한 내용이다. 정 씨는 경찰 조사 당시 “2018년 5월 17일 법무법인 다전 어느 변호사에게 수표 4억200만원을 교부했다”며, 이는 “김성훈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이 시기는 김성훈이 법원으로부터 파산 명령을 받은 이후다.
2021년 6월, 경찰은 IDS홀딩스 김성훈 일당의 자금 세탁과 형집행정지 알선 혐의 등을 수사해 검찰로 넘겼다. 하지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거쳐 5년 만에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이 역시 전관의 영향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화려한 전관들의 집합소, ‘법무법인 다전’
법무법인 다전은 전직 검찰 핵심 요직을 거친 변호사들이 공동대표로 포진해 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정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 검사로 임명된 후 차장 직무대행까지 거친 김선규 변호사를 비롯해, 윤석열과 함께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함께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이인걸 변호사, 윤석열과 함께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팀에서 함께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반부패비서관을 지낸 박형철 변호사가 줄줄이 다전 소속으로 합류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판사출신 홍용건 변호사도 있다.
2017년 설립 당시 원년 멤버인 김선규 변호사와 홍기채 변호사는 모두 검사 퇴임 후 ‘법무법인 담박’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담박은 ‘친윤’ 인사로 알려진 남기춘 변호사가 공동 설립한 곳으로, 김성훈의 뇌물공여 사건 변론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남기춘 변호사 역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다전에 몸담았다.

2018년 2월 파산명령을 받은 사기주범의 은닉 자금을 수임료로 챙겼다는 지적에 대해 법무법인 다전은 어떤 해명을 내놓았을까. 답변은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법무법인 다전은 수차례 입장을 묻기 위해 사무실을 찾은 기자를 피하기 일쑤였다. 최후의 수단으로 김선규 변호사의 자택으로 질의서를 보내자, 김선규 변호사는 서면 답변을 해왔다.
김 변호사는 이메일을 통해 “2018년경 수령한 수임료는 4억원이 아닌 3억2천만원”이라며, “이는 당시 범죄수익은닉법 위반죄 사건이 아닌, 다수의 김성훈 사건을 포함한 정당한 변론 활동의 수임료”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는 김성훈의 개인자금임이 이미 검,경 수사로 모두 밝혀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영수증 공개가 가능한지’, ‘김선규 변호사가 주장한 3억2천만원은 정확인 2018년 언제 어떤 명목으로 받은 자금인지’ 등을 추가로 소명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김 변호사는 같은 답변만 되풀이 한 것이다.
금융피해자연대 고문인 이민석 변호사는 “4억2백만원이건, 3억2천만원이건 김성훈의 범죄자금을 수임료로 받은 건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김선규 변호사가 “김성훈의 개인 자금을 수임료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김성훈이 IDS홀딩스 말고 어디서 돈 벌었나. 사기 친 돈이 개인자금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성훈 스스로도 본인은 ‘면책이 없는 파산’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니까 김성훈에게 숨겨진 돈이 있다고 밝혀지는 대로 피해자들에게 분배되어야 하다는 뜻이다.

사기범은 무죄, 브로커는 유죄? ‘기적의 논리’가 통하는 법정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이 1조원대 다단계 사기로 수감된 중 범죄수익을 은닉한 정황이 드러난 건, 이미 여러차례다. 그러나 김성훈은 관련해서 처벌을 받은 적도 없다.
법무법인 다전은 최소 2018년경부터 김성훈의 범죄수익은닉죄와 관련해 변론을 맡고 있었다. 김성훈은 1차로 브로커재소자 한 씨를 통해, 2차로 또 다른 브로커재소자 이성용을 통해 자금을 은닉했는데, 그중 한 씨를 통한 자금 은닉 중 일부는 법원에서도 인정됐다. 그럼에도 김성훈은 뒤늦은 기소 후 무죄를 선고받았다.

브로커재소자 한 씨가 김성훈의 돈으로 보석으로 출소한 뒤, 피해자들에게 가짜 변제안을 들이밀며 김성훈의 처벌불원서를 받을 당시, 김성훈의 자금 27억원이 한 씨가 설립한 법인으로 흘러갔고, 한 씨는 이 때문에 5년형의 실형을 살았다.
그러나 김성훈이 이 건으로 기소된 건, 한 씨가 1년형을 선고받은 후로부터 계산해도 4년이나 흐른 2022년 6월이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의 고발로 뒤늦게 기소된 것. 어렵게 기소됐지만, 김성훈은 그마저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2년 6월 기소 후 판결까지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금융피해자연대 고문인 이민석 변호사는 “상식적이지 않은 판결”이라고 꼬집으며 “법원은 김성훈이 가장한 게 아니라고 봤지만, 김성훈의 목적이 뭐였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김성훈이 뒤로 한 씨에게 27억원을 보냈는데, 27억원으로 어떻게 8천억원을 버나, 이 자체가 매우 사기성이 짙은 데 판사는 김성훈은 한 씨의 말을 믿었다고 본 거다. 매우 비상식적인 판결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씨가 받은 김성훈의 범죄수익은 27억원이 전부가 아니다. 한 씨의 누나 계좌로 흘러간 자금 28억원이 더 있었다. 이 역시 피해자들의 고발로 한 씨는 2024년 1월 기소돼 이듬해인 2025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한 씨는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고 도망 다니다 재수감 돼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성훈은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기적의 논리가 법정에서 통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한 씨를 통한 김성훈의 범죄자금은닉죄 변호를 맡은 게 법무법인 다전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전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검찰에게 보완수사관을 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검찰이 수사권을 놓게 되면, 우리 사회 거악을 누가 척결 하느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특수부 검사들이 그동안에 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다 가지고 돈 될 만한 사건은 일부러 수사를 해서 자기 선배들이 돈 벌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거나, 큰 사건은 축소를 해서 기소함으로써 뒤로 자기들이 이익을 챙기는 길을 따로 마련하는 등, 권한을 나눠먹으며 이용해온 측면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검사가 옷을 벗고 나가면 특수부 검사, 공안부 검사했던 이력을 이용해서 돈 벌이로 이용한다”며, “공적 마인드는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지형 변호사(법무법인 난)은 “우리나라 판사들은 판결문을 너무 쉽게 쓰는 경향이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이 변호사는 “검사가 기소하면서 증거들은 고의로 뺄 수도 있는데, 사건의 전체를 조망하지 않는다”며, “검사가 피고인의 방어권 혹은 변호인의 변론권 보장을 위해 요청하는 자료를 거부할 경우, 그 재판은 당연히 검사에게 불리하게 가야 한다. 객관 의무를 위반한 검사에 대해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배석조차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재판 지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검사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은 검사와 판사가 워낙 친하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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