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처분을 무력화시킨 조미연 판사. 그가 청주지방법원장이 된 뒤,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치고 계엄을 옹호하는 인물을 법원 안보 강사로 불러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청주지방법원은 올해 8월 19일 을지훈련 기간 중 이나경이라는 탈북민 출신 강사를 초빙해 판사와 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보 강의를 진행했다.
이나경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서 "부정선거 수사하라", "이재명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온 인물이다. 8월 19일은 윤석열 탄핵이 인용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내란 혐의를 인정한 상황에서, 그 내란을 옹호하는 인물이 법원 내부로 들어와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 앞에서 강의를 한 셈이다.
전광훈 집회 단골 연사가 법원 강단에
이나경은 '전국 사기 피해자 연합회 회장'을 자처하며 활동해온 인물이다. 명함에는 행정학 박사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그의 실제 활동 무대는 학계가 아니라 태극기 집회 현장이었다.

뉴탐사가 입수한 영상과 사진 자료에 따르면, 이나경은 전광훈 목사 주도의 광화문 집회에 수차례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2024년 7월 중순경 광화문 부근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부정 조작선거 수사촉구 범국민대회’에서는 "전국사기피해자연합회 1,000여만 명과 애국 시민 동지들이 뭉쳐서 저 8.15.때 윤석열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다면 이 대한민국의 위기는 반드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대한민국 수호하자“라고 발언하였고, 2024년 7월 24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자유통일을 위한 부정 조작선거 수사촉구 범국민대회’에서는 "현재 1000여만명이 넘는 대한민국의 사기를 당한 분들도 우리와 함께 하여 전국사기피해자연합회를 만들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정선거 저희들은 강력히 규탄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24.8.3. 광화문 ‘자유통일을 위한 부정 조작선거 수사촉구 범국민대회’ 단상에 올라, "우리 사기피해를 당한 탈북민들과 전국의 대한민국 국민들 피해자들은 지금 하나로 뭉쳐서 전국사기피해자연합회를 구성하였습니다"라며, "우리 전국사기피해자연합회도 광화문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여러분 제 말에 공감하신다면 함께 구호를 외쳐주십시오. 범죄집단 민주당을 해체하라! 사기주범들을 규탄한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대한민국 수호하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부정선거 규탄한다! 21대 22대 국회는 해산하라! 여러분 8.15. 광장에서 우리는 함께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또 2024년 8월 15일 집회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정선거를 저희는 강력히 규탄합니다. 대한민국의 1700만 기독교인들과 30만 명의 목사님들이 계시는 한, 이번 선거는 명백히 조작선거이며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결단하라, 부정선거를 수사하라, 이재명과 조국을 감방으로"라는 구호를 선창하기도 했다.
2025년 2월 15일 광화문 부근에서 열린 "탄핵반대 국민대회"에서는 "저는 애국국민들께 호소합니다. 우리 홍콩과 베트남이 베트콩 아십니까? 바로 홍콩과 베트남이 무너진 것이 한줌 밖에 안되는 공범 주사파 반역자 무리들 때문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며, "1%도 안 되는 저런 바퀴벌레 같은 쥐새끼 같은 놈들 때문에 이 위대한 대한민국이 무너져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다 같이 윤석열 대통령께,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드리는 마음으로 헌법재판소 부정부패하고 인간 말종들인 이 헌법재판소 판사들을 향해서 결연히 일어나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패하고 타락한 헌법재판소 파면시키라. 문형배와 이미선은 사퇴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존경하는 애국시민 여러분. 우리 끝까지 국민저항권으로 이 위대한 대한민국,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저 바퀴벌레 같은 쥐새끼 무리들한테 넘겨주지 맙시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나경은 헌법재판소 해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체, 공수처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헌법 재판관님, 헌법 수호자가 되셔 주십시오"라며 재판관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도움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이용당했다"
이나경의 활동에서 눈에 띄는 점은 '34만 탈북민 대표'와 '천만 금융 피해자 대표'라는 타이틀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그는 집회 연단에 설 때마다 "전국 사기 피해자 연합 천만 명"을 운운하며 자신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나경이 사기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뉴탐사가 인터뷰한 사기 피해 탈북민은 "처음에는 우리 사건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함께했는데, 오히려 내가 도와준 꼴이 됐다"고 증언했다. 이 피해자는 "계속 불려 나가서 지지 선언하고, 선거 운동에 이용만 됐다"고 말했다. 이나경은 단체 가입 시 신분증 앞뒤 사진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이 피해자는 "보통 단체에 가입할 때 신분증 뒷면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금융 피해자 연대에서 활동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금융 피해자 단체에서는 철저하게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 대규모 사기 사건의 배후에는 정관계가 개입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나경 씨는 개인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 있어도, 단체장이 사기 피해자나 탈북민들을 특정 정당 지지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나경은 뉴탐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본인의 정치 활동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국민의힘 쪽에서 사기 피해자들을 정책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해서 지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정선거 때문에 (사기 피해자 활동이) 묻혔다"고 했다가, 정작 본인은 "부정선거 활동은 안 했다"고 부인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법원은 검증 없이 강사 초빙
청주지방법원은 어떻게 이런 인물을 강사로 초빙했을까. 뉴탐사가 청주지법에 문의한 결과, 법원 측은 "자유총연맹에서 강사를 추천받으면 별도의 강연료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관례적으로 추천을 받아왔다"고 답변했다. 청주지법 공보 판사는 "자유총연맹 측에서 저희 교육 일정에 가능하신 분으로 이나경 강사님 한 분만 단수로 추천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장님께서 추천이나 섭외 과정에 관여하시는 건 전혀 없다. 결재는 하시지만 세부 내용까지 확인하는 프로세스는 거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유총연맹 측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저희는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곳"이라며 "전문 교수님한테도 정치 중립에 벗어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민석 변호사는 "유튜브에 '이나경 탈북민'만 검색해도 수많은 동영상이 나온다. 포털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걸 안 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고 반박했다. 그는 "법원은 증거주의 원칙으로 재판하는 곳인데, 재판할 때는 꼼꼼하게 따지는 판사들이 왜 이런 중요한 교육에는 전혀 검증이 없느냐"고 비판했다.
자유총연맹은 문제 제기 이후 이나경을 12월 12일부로 해촉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촉 직전인 12월 9일까지도 이나경은 자유총연맹 단양 지회에서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미연 판사, 법원장실에서 함께 '파이팅'
이번 사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청주지방법원장이 조미연 판사이기 때문이다.
조미연 판사는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과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내렸을 때, 윤석열 측이 신청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판사다. 당시 조미연 판사의 결정으로 윤석열은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 결정이 없었다면 윤석열의 대통령 출마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 있다. 윤석열 입장에서 조미연 판사는 정치적 생명을 살려준 은인인 셈이다.
조미연 판사는 1967년생으로 광주 출신이며,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관했다. 춘천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거쳐 올해 2월 조희대 대법원장의 인사로 청주지방법원장에 부임했다. 그 인사 시점은 윤석열이 체포되고 기소된 직후였다.

뉴탐사가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조미연 법원장은 이나경과 함께 법원장실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쥔 '파이팅'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탈북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됐다. 이민식 변호사는 "이나경 씨가 평소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치고 계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분인데, 이 사진을 보면 그 지지자들은 '법원도 우리 편'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미연 판사는 기독교 신자로, 김장환 목사가 원로목사로 있는 교회에 오래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들을 중앙기독유치원에 보내기도 했다. 김장환 목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에게 광주 상황을 보고한 목사로 알려져 있으며, 황교안, 윤석열 등 보수 정치인들의 멘토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올해 김건희 특검 수사에서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서부지법 습격보다 심각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민식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2021년 서부지법을 습격한 폭도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부지법 습격은 법원 밖에서 쳐들어간 것이지만, 이번에는 정식으로, 합법적으로, 공식적으로 법원 내부에 들어와서 강의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공식 답변은 "자유총연맹에서 추천받았고, 법원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장 결재를 거친 것은 사실이고, 법원장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것도 사실이다. 법원이 제대로 검증했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었던 인물이다.
이민식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을 잘못했으니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지시해야 한다"며 "사법 독립은 재판을 독립시키고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안보 강사를 부르는 것까지 법원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내란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이 법원 문턱을 넘어 판사들을 상대로 자기 생각을 전달할 기회를 가졌다. 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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