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기소부터 오늘(29일)까지, 3년 4개월. 19차례 공판, 14명의 검사 교체, 수십 명의 증인 신문. 그 긴 시간 동안 '피해자'라던 김건희는 단 한 번도 법정에 서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28일)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다음 날, 검찰이 김건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쥴리 재판 3년 4개월을 되짚어본다.
검찰이 김건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29일 공판에서 재판장이 말했다.
"검찰에서 증인 신청을 최영민, 김두일, 김건희 신청을 하셨고 증인을 채택한 걸로 했는데..."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2025.1.29)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명예훼손 재판에서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재판에서는 3년 동안 피해자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증인 명단에서 뺐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첫 공판에서 검찰은 30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1순위는 윤석열 캠프 고발 대리인 최지우, 권오현 변호사. 쥴리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피해자라는 김건희는 명단에 없었다.
그때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 회장이 말했다.
"내가 이 법정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희극이다. 오로지 김건희가 '나는 쥴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 하나만으로 검사가 나를 법정에 세웠다."
재판장도 말했다.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결론이 안 날 것 같다."
그 예언은 현실이 됐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판장이 바뀌었고, 검사는 14명이나 교체됐다. 19차례 공판, 수십 명의 증인. 정작 김건희만 빠졌다.
왜 지금인가
어제(28일), 김건희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주가조작은 무죄. 고작 1년 8개월. 18년을 받아도 부족하다는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은 이미 탄핵으로 파면됐다.
선고 다음 날, 검찰이 움직였다.
검사들을 종로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로 불러 휴대폰을 빼앗고 조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콜검'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제 그 권력은 무너졌다.
권좌에서 쫓겨난 김건희를 검찰이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 다만, 김건희는 검찰이 숨기고 싶은 비밀을 알고 있다. 검찰 권력을 뒷배 삼아 호가호위하며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권좌에 올랐으니까. 김건희와 운명공동체였던 검찰이 과연 김건희를 버렸을지.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3년간 쌓인 증거들, 목격자들의 일관된 진술, 조남욱 회장의 모순된 증언, 양재택의 거짓말을 무너뜨린 녹음 파일. 김건희 본인의 증언 없이는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판사도 김건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쥴리 의혹 관련 재판 주요 경과
3년간 법정에서 무너진 것들
▶ 2023년 12월 12일 — 자충수가 된 첫 증인
검찰이 1순위로 내세운 증인은 최지우, 권오현 변호사였다. 쥴리 의혹의 실체를 직접 보거나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김건희 씨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들이었다.
최지우 변호사는 "김건희 씨가 숙명여대 야간 교육대학원을 다녔으니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김건희 씨가 친구와 통화하면서 그제야 야간 대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은 옆에서 그 대화를 들었다고 답했다. 본인이 언제 대학원을 다녔는지조차 기억 못 하는 사람이, 그 시기에 나이트클럽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을까.
같은 날, 검찰이 제출한 호텔 도면에서 6층 조남욱 회장 접견실의 존재가 확인됐다. 변호인이 도면을 확대하자 "미팅룸, 키친, 배스룸" 등의 공간이 드러났다. 6층에 연회장이 없다는 검찰 주장은 첫 공판부터 무너졌다.
▶ 2024년 5월 7일 — 쥴리 전시회의 존재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직원이었던 김복주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1997년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쥴리 전시회'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김교수 혹은 쥴리 작가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 전시회는 내가 20년간 근무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꽃을 단 손님들이 많이 왔고, 야인시대 조연 배우들도 왔다."김복주 씨, 법정 증언
안해욱 전 회장도 같은 전시회를 목격했다. 그는 1997년 9월 호텔에서 쥴리 전시회를 봤고, 김건희 씨를 '김교수'로 소개받았다고 증언해왔다. 호텔 직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는 당시 전시회 작품 사진이 공유돼 있었다.
그런데 변호인이 폭로한 사실이 있었다. 경찰이 김복주 씨를 조사하면서 그의 답변 중 '쥴리'라는 단어를 수사보고서에서 삭제했다는 것이다. 김복주 씨는 법정에서 "쥴리라고 말했는데 보고서에는 빠졌다"고 확인했다.
같은 날, 검찰의 공소 사실도 흔들렸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김건희 씨를 '접대부'로 지칭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검사는 안해욱, 김태희 씨가 방송에서 직접 '접대부'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접대부'라는 표현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과 김건희 측 고발장에서 먼저 사용한 것이었다.
▶ 2024년 7월~9월 — 볼케이노의 실체가 드러나다
7월 2일, 핵심 증인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불출석했다. 법원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 대신 법정에 선 사람들이 있었다. 볼케이노 나이트클럽 대표 조하영, 남우관광 대표 배찬, 그리고 전직 사장 정병용.
조하영은 볼케이노의 실상을 털어놓았다. "마담이 20명, 여성 종업원이 100명, 룸도 20개." 그리고 "조남욱 회장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이트클럽에 왔다"고 증언했다.
배찬은 더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6층에 회장실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지 사장"이라고 표현하며,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조남욱 회장에게 있었다고 밝혔다. "오너 측에서 직접 나이트클럽을 계약해서 한 것"이라고도 했다.
정병용의 증언은 황당했다. '쥴리'에 대한 질문에 "쥴리가 사탕입니까?"라고 되묻더니, "사람입니까, 짐승입니까?", "사람인지 개인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라는 발언까지 이어갔다. 판사가 "증인은 묻는 것만 답변해 주세요"라고 주의를 줬다. 검찰 측 증인이 오히려 검찰에 타격을 준 순간이었다.
▶ 2025년 4월 21일 — 세 번 불출석 끝에 끌려온 조남욱
쥴리 의혹의 핵심 무대인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을 운영했던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94)은 세 차례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했고, 검찰 수사관들이 그를 법정으로 데려왔다.
자택에서는 혼자 걸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던 그는 법정에 도착하자 아들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허약한 모습을 연출했다. 변호인은 그를 "백 살 먹은 서울대 법대생"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질문과 불리한 질문을 정확히 구분하며 선별적으로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김명신이라고, 10여 년이 그렇게 지났으니까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알고 있다."
"한번 교수님이라고 들은 적은 있을 거예요. 김교수라고 들은 적은 있을 겁니다."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법정 증언
▶ 2025년 7월 13일 — 양재택의 거짓말이 무너지다
이날 법정은 사실상 재판의 분수령이었다.
양재택 전 검사는 김건희와의 관계를 철저히 부인했다. "대련아파트에 가본 적 없다", "아크로비스타도 모른다", "김건희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뒤에 등장한 김건희의 작은외할머니가 모든 것을 뒤집었다.
"양재택을 보긴 봤어요. 우리 집 대련아파트 801호에서 김명신과 둘이 밥을 먹은 적이 있고, 인사는 했으며 저는 심부름을 했어요."김건희 작은외할머니, 법정 증언
더 결정적인 것은 녹음 파일이었다. 김건희의 5촌 조카 이지수 씨가 정대택 씨와 나눈 통화가 법정에서 재생됐다.
"얘(김건희)는 자기 이름으로 살지 않았어요. 파티 같은 데 가면 김명신이라고 안 불렀어요. 외국 이름을 붙여서 불렀어. '쥴리'인가 뭐라고 그랬다더라."김건희 씨의 5촌 조카 이지수(법정에서 재생)
한성진 부장판사는 쥴리 관련 녹음 파일 전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 2025년 11월 25일 — 20년간의 검찰 비호가 드러나다
'쥴리' 주장을 최초로 제기한 정대택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3시간이 넘는 증인신문에서 그는 최은순·김건희 모녀가 20여 년간 어떤 검사들을 뒷배로 삼아왔는지를 실명과 함께 폭로했다. 양재택, 홍기채, 신성식, 변찬우, 윤남근. 법정에서 거론된 판검사 이름만 20여 명에 달했다.
"검사는 물은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고 수사해서 기소하고, 판사는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고 판결해서 저에게 징역 3년을 살리고 벌금 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정대택 씨, 법정 증언
윤석열 낙선 직전까지 몰았던 쥴리 의혹
2022년 대선 막판, 윤석열 후보의 상승세가 멈췄다. 최은순의 지인 정대택 씨가 처음 제기하고,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 회장과 김태희(일명 '쎈언니') 씨가 자신을 드러내고 증언하면서 의혹은 구체화됐다. 김건희 씨가 1990년대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 '볼케이노'에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의혹을 처음 터뜨린 것은 열린공감TV였다. 당시 강진구, 최영민, 박대용이 함께하던 시절이다.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는 의혹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7시간에 걸친 통화가 이뤄졌다. MBC가 이 통화 내용을 처음 공개하고, 열린공감TV와 서울의소리가 합동방송을 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바짝 추격당했다. 결국 0.73%p 차이로 당선됐지만, 쥴리 의혹은 낙선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최대 변수였다.
언론은 외면했지만, 유권자들 사이에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덮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고발장을 작성한 사람은 최지우 변호사였다. 현재 김건희의 법률대리인 중 한 사람이다.
언론 탄압 1호 사건
당선 직후, 윤석열 정권은 칼을 빼들었다.
2022년 8월 25일. 경찰 수사관 20여 명이 경기도 남양주시 더탐사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1989년 한겨레 이후 처음 있는 언론사 강제 진입이었다. 5시간 동안 기자와 직원들을 일대일로 감시하며 컴퓨터와 저장매체를 뒤졌다.
2주 뒤인 9월 초, 2차 압수수색. 이번에는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PD의 자택이었다. 경찰은 아침에 들이닥쳐 옷 갈아입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9월 8일, 대선일로부터 정확히 6개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에 맞춰 기소가 이뤄졌다.
압수수색 영장의 검색 키워드가 공개됐다. 김건희, 김명신, 양재택, 쥴리, 볼케이노 나이트클럽, 라마다 르네상스, 아크로비스타, 대련아파트...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이 망라돼 있었다. 심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키워드까지 포함됐다. 야당과 공모해 허위 정보를 유포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이제 김건희가 말할 차례다
김건희에게 증인 출석은 치욕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30년간 감춰온 과거를 법정에서 말해야 한다. 선서하고 증언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3년간의 재판에서 쥴리 의혹은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로를 모르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일치했다. 호텔 직원, 나이트클럽 웨이터, 호텔 오너, 심지어 김건희의 친척까지. 모두가 같은 사람을 가리켰다.
진실은 이미 법정에 쌓여 있다.
이제 김건희가 직접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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