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라이브

진안군수 후보 고준식, 유세 대신 단식을 택하다

공천심사위원 출신 무소속 후보, 진안 30년 권력 세습과 금권 선거 겨냥해 천막 단식

민주당 20년 당적·공천심사위원 출신…사유 없이 컷오프, 무소속 출마

공식 선거운동 첫날 유세 접고 진안 식당 앞 천막 단식 사흘째

당협 협의회장 30만원 수수 증언·ARS 투표 인증…경찰 소환은 0건

2026-05-23 23:09:57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 21일, 한 군수 후보는 유세차를 세우고 천막에 들어갔다. 전북 진안군수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선 고준식 후보다. 다른 후보들이 얼굴과 공약을 알리려 주민을 찾아다닐 시기에, 그는 음식을 끊었다. 진안의 한 식당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에 들어간 지 사흘째이던 지난 5월 23일, 호남뉴탐사가 현장을 찾았다. 고 후보는 단식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방송차 타고 다니면서 아무리 마이크 잡고 목소리 높인다고 해도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공천심사위원까지 했지만 컷오프

▲전북 진안군수 후보로 출마했다가 탈락한 고준식 후보


고 후보는 진안에서 20년 넘게 민주당 당적을 지켰다. 고위 당직자였고, 자당의 공직 후보를 심사하는 공천심사위원도 지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경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사유를 듣지 못한 채 '함량 미달'이라는 통보를 받고 후보 심사 단계에서 배제됐다. 그는 이 일을 길게 탓하지 않았다. "당이라고 하는 것이 서로 간의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을 하는 거니까, 제가 좀 힘이 모자라서 밀려났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억울하게 컷오프된 이들은 많아도 무소속 출마라는 길을 택한 경우는 드물다. 고 후보는 그 드문 길을 걸었다.


"전라도 민주당과 경상도 민주당은 다르다"


단식을 결심한 까닭을 묻자 그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낸 뒤, 전라북도에서 민주당은 한 번도 권력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그는 봤다. "경상도의 민주당과 전라도의 민주당은 달라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전라북도는 항상 여당이었어요." 그 30년 동안 해마다 되풀이된 것이 공천 파동이라고 했다. 권력화되고 기득권화된 민주당이 정화되지 않으면 지역 정치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진안에서 벌어진 일은 그 현실을 압축한 장면이라고 그는 말했다.


안호영 단식엔 가고, 진안 의혹엔 침묵


고 후보는 지역 국회의원 안호영 의원도 겨냥했다. 안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 결과에 부당함을 주장하며 지난 4월 국회 앞에서 12일 동안 단식을 했다. 고 후보 자신도 그 현장을 찾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안 의원의 사무실에서 불거진 공천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자기가 한 것이 로맨스고, 정청래 대표한테 한 건 불륜이라는 얘기잖아요." 그는 이것을 민주당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불렀다. 안 의원 단식 현장에 갔던 일은 역설적으로 단식의 계기가 됐다. 정청래 지도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 천막을 줄지어 찾는 것을 보고, 찾아오게 하는 선거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진안에서 드러난 금권·관권 선거 정황은 고 후보가 단식으로 알리려는 핵심이다. 호남뉴탐사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다. 마을 단위 책임자인 당협 협의회장이 직접 30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했고, 돈을 건넨 사람으로는 진안 지역 관계자가 지목됐다. 경선 기간에는 협의회장들을 단톡방에 모아 각자 몇 표를 확보했는지 보고하게 했다. 일부는 자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ARS 투표 화면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기까지 했다. 고 후보는 이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경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부분만이라도 정치적 책임은 일차적으로 물어야 되지 않을까." 다만 30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했던 협의회장은 이후 술에 취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래도 통화에서 거론된 인물이 한둘이 아닌 만큼 정황은 구체적이라고 그는 봤다. 경찰은 관련자를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사건은 전북경찰청에서 진안경찰서로 이첩됐다. 고 후보는 "사건의 중요성을 그렇게 크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받아들였다.


군수가 구속되면 비서실장이 군수로


진안 정치의 오랜 그림자는 권력 세습이라고 고 후보는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군수가 구속될 때마다 그 밑에서 비서실장을 하던 사람이 다음 군수로 나선다. 현직 전춘성 군수도 구속된 전임 군수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전 군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이번에 3선에 도전하고 있다. 고 후보는 과거 경선에서 패했을 때도 "권력 세습은 안 된다"고 외쳤다고 했다. 그 구호를 6년 만에 다시 꺼내야 하는 처지가 참담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지 이 부분을 끊어내야겠다는 사명감과 의무감이 있습니다."


세습이 가능한 뿌리를 그는 돈에서 찾았다. "저는 진안에 예산이 너무 많다고 봐요." 인구는 줄어드는데 한 해 예산은 6천억~7천억원 규모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이 기획한 예산을 권력자가 사업자와 결탁해 낭비하고, 사업자들은 그 예산을 다시 따내려고 군수 선거에 돈과 조직을 댄다고 그는 봤다. 그렇게 30년간 지방 자치가 토착화됐다고 했다. "사업자와 권력의 관계가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이것에 의해서 선거가 좌지우지됐던 측면이 있다." 실제로 전라북도 14개 시군 가운데 수의계약 비율은 진안군이 가장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금액으로 따져도, 건수로 따져도 그렇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보복이었다. 선거 기간에 누구를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진안에서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고 후보는 이것을 공포 정치라고 했다. 그가 천막에 내건 주제는 '진안군의 민주화'다. 고려대를 다니면서도 민주화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그는, 40년 만에 진안의 민주화를 위해 단식을 하게 됐다고 웃었다. "40년 만에 철들었다." 단식 사흘째, 많이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짧게 답했다. "배고픕니다." 그는 전라북도의 민주당과 대한민국 전체의 민주당을 구별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항상 여당이었던 전라북도 민주당, 권력화되고 기득권화된 민주당이 전라북도의 낙후를 만든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잡는 일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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