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씨 곁에 이준수 말고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배현수 배가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증권사 출신 펀드매니저인 그는 대통령 부인이 된 뒤에도 매주 한남동 관저를 찾아가 김건희 씨에게 보고했다는 제보가 나왔다. 무엇을 보고했을까. 자산 운용 결과로 의심된다. 두 사람은 최소 15년 전부터 돈으로 이어진 관계였다.
지난 11월 7일 김건희 씨 재판에서 배 대표의 이름이 처음 공개됐다. 검찰이 제시한 2012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등장한 것이다. 김건희 씨가 "권오수가 금감원 얘기해 달라고 하네"라고 하자, 배 대표는 "내가 그래서 조심하라고 했잖아. 더 이상 하지 마"라고 답했다. 권오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기 돈으로 주식을 사준 사람이다. 금감원 조사를 앞두고 김건희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화는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배 대표가 김건희 씨의 주식 거래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했다.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김건희 씨는 이날 법정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구토 증상을 보였다. 배 대표라는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양평 8억 투자로 시작된 15년, 판결문에 "자주 교류" 명시
두 사람이 언제부터 알았는지는 법원 판결문에 나와 있다. 2018년 배 대표의 아버지가 최은순 씨를 상대로 낸 소송 기록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9년 5월 김건희 씨가 배 대표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양평 공흥지구 아파트 사업이었다. 배 대표 아버지 회사는 최은순 씨에게 8억원을 투자했다.
사업이 잘 안 되자 2013년 원금만 돌려받고 손을 뗐다. 그런데 2014년 허가가 나고 2016년 개발부담금이 면제되면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배 대표 아버지는 "우리도 배당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졌다. 판결문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피고의 딸인 김건희와 자주 교류하였으므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공식 기록이다.
집안끼리 소송까지 했는데 관계가 계속됐다는 게 이상하다. 하지만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배 대표가 초청받았다. 서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건희 씨는 돈을 불려줄 전문가가 필요했고, 배 대표는 그 역할을 했다.
코바나 사무실 입주했다가 탄핵 후 방 빼줘
배 대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홍콩에서 '코바나 파트너스'라는 회사를 운영했다. 김건희 씨의 '코바나 콘텐츠'와 같은 이름이다. 우연일까. 2024년 2월 김건희 씨가 명품백 논란으로 코바나 콘텐츠 사무실을 닫았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배 대표의 배가인베스트먼트가 들어왔다. 여의도에 있던 사무실을 아크로비스타로 옮긴 것이다.
윤석열이 탄핵된 뒤 배 대표는 다시 이사를 나갔다. 김건희 씨가 코바나 콘텐츠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비해 자리를 비켜준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이름이 나오자 배 대표는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링크드인에서 사진과 경력을 삭제했다. 회사 홈페이지도 비공개로 바꿨다. 아크로비스타 사무실 간판도 떼어냈다.
김건희 계좌서 매년 48억 빠졌다 들어와
배 대표가 김건희 씨 돈을 관리했다는 증거는 재산신고서에도 있다. 윤석열의 재산은 평범하다. 2024년 기준 1억원 나가고 1억9500만원 들어왔다. 월급 받고 생활비 쓴 수준이다. 하지만 김건희 씨는 다르다. 2023년 신고서를 보면 신한은행 계좌에서 46억원이 나갔다가 47억원이 들어왔다. 2024년도 마찬가지다. 48억원 나가고 47억원 들어왔다.
거의 전 재산을 빼서 1년 내내 굴리다가 연말에 다시 채워넣은 것이다. 생활비로 48억원을 쓸 리 없다. 누군가 이 돈을 맡아서 운용했다는 뜻이다. 2020년부터 김건희 씨는 증권사 계좌 잔액을 모두 0원으로 만들었다. 0원이 되면 다음부터는 신고 안 해도 된다. 그 계좌로 돈을 굴렸을 가능성이 크다.
제보에 따르면 배 대표는 매주 1회 한남동 관저를 방문했다. 펀드매니저가 대통령 부인을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건 자산 운용 보고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김건희 씨는 지금 주가 조작으로 재판받는 중이다. 대통령실에서도 주가 조작을 계속했다면 이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다.
양남희 체포로 이준수-배현수 라인 드러나
배 대표 이름은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과도 연결된다. 2019년 3월 만들어진 사모펀드 '플랫폼파트너스 3호'가 삼부토건 주식을 대량으로 샀다. 헌인마을 부실채권을 사려고 만든 펀드인데 왜 삼부토건 주식을 샀을까. 2020년 이낙연 전 대표 동생이 삼부토건 대표가 되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1차 주가 조작이다.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발표로 또 올랐다. 2차 주가 조작이다.
이상한 건 특검이 2차만 수사하고 1차는 안 건드린다는 것이다. 1차 때 주가가 훨씬 더 많이 올랐는데 말이다. 2019년 펀드가 만들어진 시점은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되던 때다. 2017년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자 배 대표가 배가인베스트먼트를 만들었다. 윤석열의 권력이 커질 때마다 배 대표도 움직였다.
최근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이 특검에 체포됐다. 양 회장은 이준수와 함께 주가 조작을 해온 사람이다. 이준수-양남희-배현수로 이어지는 라인이 김건희 씨 주가 조작을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 특검에 파견된 윤재남 수사관이 이준수 체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윤 수사관은 2017년 NSN 주가 조작 수사를 중단시킨 당사자다.
자택 찾아갔더니 명함만 사라져, 초인종은 일부러 끊어
배 대표는 취재를 피했다. 12일 서초구 자택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문에 "김건희 씨가 영부인 된 뒤에도 돈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메모와 명함을 끼워뒀다. 13일 다시 갔더니 명함이 사라져 있었다. 초인종을 눌렀을 때 첫 번째는 바로 끊겼지만 두 번째는 계속 울렸다. 안에 사람이 있지만 일부러 피한 것이다.
배 대표는 이준수에 이어 김건희 씨의 '또 다른 남자'다. 이준수가 불법 주가 조작을 실행하는 사람이라면, 배 대표는 합법적으로 보이게 자금을 관리한 사람이다. 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때 이미 김건희 씨는 배 대표를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배 대표가 입을 다물수록 의혹은 커진다. 단순한 친구였다면 해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15년 인연, 코바나 사무실 입주, 취임식 참석, 재산 변동 패턴, 매주 관저 방문까지 모든 것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김건희 특검은 배 대표를 빨리 불러 진실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 부인이 재임 중에도 주가 조작을 했다면 이는 국가를 사유화한 중대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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