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탐사
단일화한 울산은 이기고, 갈라진 평택은 졌다
홍성규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 방송 출연…"이겼지만 진 선거" 작심 평가
국힘 제로 외친 조국혁신당, 평택 완주로 국힘 당선 도왔다
진보당 울산 양보로 김상욱 당선…김종훈은 비용 3억 떠안아
정청래 당대표 지지율 급락, 김민석에 밀려…책임론 확산
진보당 홍성규 전 수석대변인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국힘 제로를 선언하고 어떻게 평택으로 갈 수 있느냐"고 했다. 같은 범야권을 향한 작심 비판이었다. 그는 지난 12일 방송에 나와 이달 3일 지방선거를 "이겼지만 진 선거"로 규정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직접 뛴 그가 현장에서 길어 올린 평가였다.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도마에 올랐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의힘 제로"를 내걸고 이 선거에 후보를 냈다. 조국 전 대표가 직접 평택에 나섰다. 결과는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의 당선이었다. 김용남 민주당 후보와 조 전 대표가 범여권 표를 나눠 가지면서 어부지리를 안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전 대표는 3위에 그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홍 전 대변인은 "결과는 국힘의 부활이 돼 버렸다"고 했다.
다만 이 선거에서 완주한 야권 후보는 조 전 대표만이 아니었다. 진보당에서도 김재연 상임대표가 일찌감치 평택에 공을 들이며 출마해 있었다. 조 전 대표는 부산 출마 예상을 깨고 이 지역에 뛰어들었다. 진보당은 조 전 대표가 김 상임대표의 자리에 갑자기 끼어들며 야권 표를 더 갈랐다고 본다. 조 전 대표 측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당을 이끄는 대표였고, 끝까지 완주했다. 단일화가 무산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는 보는 쪽에 따라 갈린다.
그는 조 전 대표가 노회찬 전 의원을 입에 올린 데 특히 날을 세웠다. 노 전 의원은 대권 주자로 꼽히면서도 손해를 알면서 진보 정당의 길을 지켰다는 것이다. 합당으로 몸집을 키우는 길을 한 번도 택하지 않았다고 홍 전 대변인은 설명했다. 반면 조 전 대표는 당선되면 민주당과 합당하겠다고 하면서 노 전 의원을 언급했다. 홍 전 대변인은 "앞에서 했던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겼는데 왜 졌나"…진보당이 본 지방선거
홍 전 대변인은 이번 선거를 이겨야 할 곳에서 진 선거로 봤다. 서울시장을 내주고 경남지사도 내줬다. 울산은 시장을 가져왔지만 기초단체장 다섯 자리 가운데 민주당은 한 곳뿐이었다. 충남지사를 이기고도 기초 15곳 상당수를 국민의힘이 도로 가져갔다. "이걸 이겼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 그의 물음이었다.
그는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과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진보당은 일찌감치 광장 연대를 토대로 호남을 뺀 전국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선거 운동 현장의 한 장면도 전했다. 지하철에서 "반성 없는 내란 세력을 투표로 심판해 달라"고 외치자, 상대 후보가 달려와 "내란 얘기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내란이라는 말 자체를 꺼리게 만든 것이 이번 선거의 패착이라고 그는 봤다.
울산 단일화와 김종훈의 3억원
울산은 다른 결을 보여줬다. 진보당 김종훈 전 의원이 울산시장 후보를 사퇴하고 민주당 김상욱 후보로 단일화하면서 민주진보진영이 시장을 되찾았다. 김 전 의원은 단일화 다음 날부터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홍 전 대변인은 그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떠안은 부담을 짚었다. 끝까지 완주했다면 득표율 15% 안팎으로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었지만, 사퇴하면서 3억원가량을 그대로 떠안았다고 홍 전 대변인은 전했다.
단일화에 합의한 진보당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한 점도 그는 안타까워했다. 부산 연제구청장 후보였던 노정현 후보는 무효표가 1만 표 넘게 쏟아진 끝에 떨어졌다. 같은 지역구의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효표는 100표 안팎이었다. 홍 전 대변인은 선거 막판에 급하게 이뤄진 단일화가 무효표를 키웠다고 봤다. 숙의 기간 없이 후보를 정리하다 보니 유권자가 마음으로 따라오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흔들리는 정청래…당대표 구도 출렁
화살은 민주당 지도부로도 향했다. 홍 전 대변인은 정청래 대표가 선거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을 내주고도 "아프다"는 감상만 내놨다는 것이다. "국민이 할 말을 자기가 가로챘다"고 그는 꼬집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11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는 김민석 국무총리 24.0%, 정청래 대표 18.4%, 송영길 의원 15.8% 순으로 나왔다. 정 대표는 두 달 전보다 10.3%포인트 떨어졌다. 당심으로 통하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김 총리가 40.1%로 홀로 앞섰고, 정 대표는 22.9%에 그쳤다. 에스티아이 조사에서도 지지층 기준 김민석 34.8%, 정청래 20.3%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태도를 겨눴다. "야당은 창을 잘 써야 하지만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고 했다. 색깔이 다른 사람도 성 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유였다. 이름은 꺼내지 않았지만 정 대표를 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따라붙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긍정 평가는 57%로 3주 전보다 7%포인트 내렸다.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9%로 1위에 올랐고, 정 대표는 1%에 머물렀다.
정 대표를 둘러싼 잡음은 회견 뒤 더 커졌다. 대통령 순방 환송 행사에 지도부가 빠지고 김민석 총리가 참석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의원총회 생중계 카드를 꺼냈지만, 의총 공개는 원내대표 권한이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한병도 원내대표와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에서는 정 대표의 잦은 선운사 방문도 화제에 올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가 선운사를 다녀온 직후마다 당대표 출마, 권리당원 1인1표 개혁,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 같은 결정이 뒤따랐다고 정리했다. 방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와 친정청래계의 전선은 이미 그어졌다. 진보당의 쓴소리가 그 위에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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