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라이브
뇌물 준 업체 밀어주고 경쟁사 말려 죽인 진도군수
법원 승소에도 허가 외면…불법건축물·도로·카페까지 행정 전횡
김희수 군수, 뇌물공여 업체 경쟁사 항만 허가 막아…법원 승소에도 외면
최씨 일가 불법건축물 15년 방치, 도로 폐쇄·카페 특혜 잇따라
박지원, 자당 후보 대신 무소속 김희수 공개 지지…침묵하는 정청래 지도부
진도에서 석산을 운영하는 한 업체가 군청의 항만시설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이 막혔다. 김희수 진도군수가 자신에게 공사 자재를 제공한 업체의 경쟁사를 고사시키려 행정권을 휘둘렀다는 의혹이 나온다. 김 군수는 이미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호남뉴탐사는 지난 5월 31일 진도 현장에서 피해 업체 대표와 주민들을 만났다. 행정 전횡의 흔적은 석산뿐 아니라 불법건축물과 도로, 카페까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채취는 멀쩡한데 반출만 막혔다
이 석산은 전체 면적이 30만 평에 가까운 전남권의 대형 석산이다. 업체 대표는 2016년 사업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돌을 캐는 채취 허가는 전라남도 권한이라 문제가 없었다. 발목을 잡은 건 캔 돌을 배로 실어 나르는 항만시설 사용 허가였다. 이 허가는 진도군이 쥐고 있다.
문제는 2022년 10월 김 군수가 취임한 뒤 시작됐다. 매출의 90% 이상이 항만을 거쳐 외지로 나가는 구조였는데, 군청이 연장 허가를 반려했다. 담당 공무원은 반려 사흘 전 전화를 걸어 조건을 달았다. 6개월짜리 허가를 줄 테니 행정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쓰라는 것이었다. 업체가 거부하자 허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군청은 5km 거리의 인근 항을 막고, 27km 떨어진 항으로 가라고 했다. 운반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그곳도 6개월 뒤엔 새 규제가 생겼다. 업체당 일주일에 두 번만, 그것도 일주일 전 신청서를 내야 쓸 수 있게 했다. 날씨 변수가 큰 해상 운송에서 사실상 발이 묶이는 규제였다.
업체는 2023년 4월 행정소송을 냈다. 8개월 만에 승소했다. 보통 행정기관은 패소하면 끝까지 항소하는데, 진도군은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고도 허가는 내주지 않았다. 비관리청 시설물 이전 협의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6개월을 더 끌었다. 업체가 협의 진행 상황을 묻는 문서를 세 차례 보냈지만 답은 한 건도 오지 않았다.
업체 대표는 김 군수와 두 차례 면담했다고 했다. 2022년 11월 첫 면담에서 군수가 한 첫마디를 그는 이렇게 옮겼다. "어, 그거 내가 해주지 말라 그랬어." 이듬해 군청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신은 행정에 반해서 행정소송이나 하는 잘못된 사람이야." 국민이 가진 권리를 행사한 것을 두고 잘못이라 칭하는 군수의 인식에, 그 자리에 있던 말단 직원에게마저 부끄러웠다고 대표는 말했다.
반려 명분은 사주받은 민원이었다
허가 반려의 근거는 인근 마을 민원이었다. 그런데 직권남용 형사고소 수사 과정에서 그 민원의 출처가 드러났다. 김 군수의 측근이자 경쟁 석산업체 대표가 한 어촌계장에게 민원을 넣으라고 사주했고, 어촌계장이 진도군청에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사주 정황은 통화 녹취록으로 수사기관에 제출됐다고 한다.
이 경쟁업체 대표는 김 군수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인물이다. 경찰은 김 군수가 2023년 진도읍에 사택을 지으면서 조경용 소나무와 조경석, 흙 등 수천만 원어치 자재를 이 업체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을 받은 쪽이 뇌물을 준 쪽의 경쟁사를 행정으로 옥죘다는 의심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 군수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소동기 변호사 통한 불법 사찰 의혹
업체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회사 전직 직원이 내부 자금 내역과 개인 사생활 자료를 모아 김 군수 측 변호인에게 이메일로 넘겼다는 것이다. 대표는 그 이메일에 "이 자료가 좋은 데 쓰이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했다. 자료를 받은 변호인은 박지원 의원의 전 변호인인 소동기 변호사다. 소 변호사는 박 의원의 대북송금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반론했다. 소 변호사가 과거 박 의원을 변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김 군수의 직권남용 사건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이며 이메일을 받은 것도 그 활동의 일부일 뿐 박 의원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남의 땅에 건물, 15년째 방치
진도의 행정 난맥은 석산에 그치지 않았다. 한 지역 언론 기자는 최씨 일가의 불법 건축물 문제를 제보했다. 2010년부터 남의 땅에 건물을 올리고 허물기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건물이 선 땅은 3분의 1만 최씨 소유였고, 나머지는 식당을 하던 원래 주인 땅이었다. 건축물대장은 땅 주인도 모르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땅 주인은 이 땅을 해남 주민에게 6억원에 팔았다. 그러나 불법 건축물이 있어 등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계약이 깨졌다. 위약금 없이 계약금만 돌려준 일이었다. 진도군은 이 건물을 선거를 앞둔 지난 4월 15일 직권말소했다. 철거는 압류 절차에 6개월이 걸린다며 미뤘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씨 일가는 김 군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 가운데 한 명은 진도군청 관광과장이고, 그 배우자가 사건 재수사를 맡았던 형사팀장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보자 본인은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13건의 고소를 당했고, 개인 병원 기록까지 외부로 유출됐다고 호소했다.
도로 폐쇄에 카페 특혜까지
진도대교와 이어지는 해안도로도 도마에 올랐다. 김 군수 취임 8개월 만에 옹벽으로 차단됐다. 인근 펜션과 카페, 농민들이 3년간 우회로를 돌아야 했다. 군이 운영하는 휴게소가 들어선 뒤 길이 막혔다는 점에서, 차량을 휴게소로 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붙었다. 한 상인은 관광객 매출이 20~30% 줄었다고 했다. 선거가 다가오자 군은 옹벽을 일부 헐어 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도대교 인근의 한 카페는 수해 복구를 틈탄 특혜 의혹을 받는다. 건폐율 규정상 허가가 나기 어려운데 옆 군유지를 붙여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카페와 인근 가게는 김 군수 업무추진비가 4년간 1억4500만원 집중된 세 곳 가운데 두 곳으로 지목됐다.
무소속 군수 감싼 박지원, 침묵하는 정청래
이 행정 전횡 한복판에서 김 군수는 군수 재선에 도전했다. 그 곁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었다. 박 의원이 자당 이재각 후보 대신 무소속 김 후보를 사실상 밀고 있다는 의혹이다. 진도에 있는 두 사람의 선거 사무실은 같은 건물 위아래층을 쓴다. 공식 행사에서 둘이 팔짱을 낀 사진도 여러 차례 나왔다.
진도에서 68년을 살았다는 주민 박씨는 박 의원의 처신을 이렇게 전했다. "제명시킨 뒤로 본인과 팔짱을 끼고 다니더라." 같은 당 후보가 출마했는데 무소속 후보와 팔짱을 끼니 주민들이 분노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외국인 여성 '수입' 발언으로 지난 2월 9일 민주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으로 나섰다. 박 의원은 김 후보가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사람이라 인사를 건넨 것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 측은 호남뉴탐사 보도에 추가 반론도 보내왔다. 이재각 후보 개소식에는 참석했고 김 후보의 무소속 개소식에는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팔짱 사진에 대해서도 김 후보가 군수직을 내려놓기 전 여러 이장과 함께한 공식 행사에서 기관장에게 친분을 표시한 것일 뿐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게 아니라고 했다. 다만 주민들은 김 후보가 제명된 2월부터 군수직에서 물러난 5월 4일까지 두 사람이 여러 차례 동행한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진도 주민들이 더 분개하는 것은 잣대다. 남원에서 무소속으로 나온 이숙자 후보의 경우, 민주당 당적을 가진 사람이 개소식에 얼굴만 비춰도 중징계하겠다는 경고가 전북도당에서 내려왔다. 진도는 달랐다. 지역구 의원이 무소속 후보와 공개석상에서 팔짱을 끼는데도 경고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김원이 전남도당위원장도 손을 대지 못했다.
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기간 호남을 자주 찾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난 장흥 토요장터 유세에서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어왔다가 유세가 끝나자 빠져나갔다. 빈자리를 메우려 사람을 실어 나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정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김성 군수 후보를 "제 대학 선배"라고 소개했다. 군정 성과 대신 학연과 소속 정당을 앞세웠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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