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검찰 반성하라" 항의한 제보자, 한동훈·린다 유 사진 공개 직후 2주간 강제 입원됐다

한동훈 장관 시절 '린다 유'와 깍지 끼고 찍은 사진 기자들에 공개…직후 행정입원 조치

김희석 씨, 2023년 6월 검찰청 외벽에 라커로 항의 후 자수

경찰 조사 직후 응급입원 거쳐 행정입원…18일간 사실상 구금

화장실도 없는 폐쇄병동에 수용, 휴대폰 압수…교도소보다 열악

한동훈, '린다 유' 사진에 대해 "전혀 모르는 관계"라 해명했지만 명함·자필 메모 존재

2026-03-26 08:22:03

지난 2023년 6월 1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외벽에 검정색 라커로 '검찰 반성하라', '한동훈 반성하라'는 글이 새겨졌다. 글을 쓴 사람은 IDS홀딩스 1조원대 사기 사건의 제보자 김희석 씨다.


그는 잘 나가던 게임 회사의 대표였다. 그러나 상장을 앞두고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민사 가처분 소송에 승소하고 경찰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검찰은 2008년 김희석 씨를 구속기소해 3년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김희석 씨는 자신의 사건이 검사(김형진)가 뇌물을 받고  작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렵게 재심이 개시됐지만, 검찰은 수사자료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는 검찰의 수사 방치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라커를 들었고, 현장에 기자들을 불러모은 뒤 스스로 112에 자수 신고까지 했다. 이날 김희석 씨가 기자들 앞에서 공개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재미교포 여성 '린다 유'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자수해서 경찰 조사를 받은 김희석 씨는 다음날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됐고, 3일 뒤 다시 서울 중랑구의 한 민간 정신병원으로 옮겨져 행정입원 처분을 받았다. 총 18일간 사실상 구금 상태에 놓였다. 화장실도 없는 폐쇄병동에서 배식판으로 식사하고, 휴대폰을 압수당한 채 외부와 단절됐다. 김희석 씨는 "서울구치소보다 더 힘들었다"고 했다.


경찰의 '부탁'으로 시작된 응급입원


김희석 씨는 IDS홀딩스 사건에서 수감 중 사기 주범 김성훈의 범죄자금 은닉 정황을 밝혀내고 자수까지 한 인물이다. 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도 스스로 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희석 씨의 자수와 제보를 수년간 방치했다. 기소 의견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들도 검찰 선에서 멈춰 있었다.


2023년 6월 14일, 김희석 씨는 경찰에 자수한 뒤 서초경찰서에서 야간 조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가 와서 면담을 했다. 김희석 씨에 따르면 경찰은 조사가 끝난 뒤 이렇게 부탁했다. "기자들과 접촉하면 시끄러워질 거니까, 응급입원 형태로 며칠만 병원에 있어 달라." 김희석 씨는 2~3일이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경찰의 부탁에 응했다.


6월 15일, 김희석 씨는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됐다. 2인실에 배정됐는데, 같은 방 환자가 밤새 박수를 치며 "예수 이름으로"를 외쳤다고 한다. 3일 뒤 퇴원할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행정입원 결정이 통보됐다. 서울 중랑구의 '마인드웰' 병원으로 다시 이송됐다.

김희석씨 행정입원 사건 경과

항의 · 자수 · 입원
2023년 6월 14일
'검찰 반성하라' '한동훈 반성하라' 락커항의 및 자수
한동훈·린다 유 사진을 기자들에게 공개
2023년 6월 14일
서초경찰서 야간 조사
2023년 6월 15일
새벽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송 (응급입원)
행정입원 · 퇴원
2023년 6월 19일
마인드웰 병원 이송 (행정입원)
화장실 없는 폐쇄병동, 휴대폰 압수
2023년 6월 27일
성남시 행정입원 연장 신청
2023년 7월 3일
변호인 항의 끝에 퇴원
수사 · 기소
2023년 8월 16일
경찰 2차 조사
2023년 9월 13일
검찰 송치
▼ 약 1년 9개월 ▼
2025년 6월 17일
기소
IDS홀딩스 사건 기소(6.13)와 거의 동시


교도소보다 열악했던 행정입원 생활


행정입원이 시작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휴대폰이 압수됐다. 폐쇄병동에 갇혔다. 방 안에 화장실이 없어 간이변기가 들어왔다. 면도도 할 수 없었다. 김희석 씨는 "서울구치소에는 창문도 있고 방 안에 화장실도 있다. 여기는 그것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에게는 행정입원 사실이 통지되지 않았다. 김희석 씨가 하루에 쓸 수 있는 공중전화 시간을 이용해 변호인에게 직접 알렸다. 변호인들이 항의한 뒤에야 하루 30분 휴대폰 사용이 허용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김희석 씨는 폐쇄병동 내부를 촬영해 증거를 남겼다.


6월 22일, 김희석 씨는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최장 3개월까지 행정입원될 수 있다고 한다. 왜 나를 정신이상자 취급하느냐." 이 내용은 서초경찰서 수사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6월 27일, 성남시는 행정입원 연장 신청까지 했다. 변호인들의 강력한 항의 끝에 7월 3일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당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바로 전화가 왔다.


발견지는 '병원'이 아니라 '자택'으로 기재


행정입원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민간병원으로 이송할 때 작성된 행정입원 문서의 '발견지'란에 김희석 씨의 성남시 분당구 자택 주소가 적혀 있었다. 김희석 씨는 자택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경찰서에서 바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됐고, 거기서 다시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것이다. 발견지가 허위 기재된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에 공문을 보내 김희석 씨의 행정입원 절차를 확인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견서를 작성한 전문의에 대해서도 "휴가 중이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인드웰 병원 역시 "환자 본인이 직접 방문해서 요청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당시 응급입원 동의서에 서명한 서초경찰서 최병규 경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경사는 "언론 대응 안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문자로 "통화 가능한 분 연락처라도 부탁드린다"고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응급입원의 통상적 경우를 설명했다. "한강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걸 발견했거나, 현장에서 자해·타해 위험성이 확실한 경우에 오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이송되는 경우는 통상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마인드웰 병원의 관계자도 "자해·타해 위험성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사람들만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격리 조치는 환자가 난동을 부려 직원이 다칠 정도의 상황에서나 이뤄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희석 씨에게 그런 이력은 없다.


한동훈과 린다 유, "전혀 모르는 관계"라더니


김희석 씨가 2023년 6월 14일 기자들 앞에서 공개한 사진의 주인공은 '린다 유'라는 재미교포 여성이다. 사진 속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린다 유는 손깍지를 끼고 있었다. 이 사진은 2022년 10월 27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법률가대회에서 촬영된 것이다.


당시 법무부는 즉각 해명했다. "장관은 일반인들의 통상적인 요청에 따라 사진을 찍어 준 것이며, 체포된 사람이나 사진 속 인물과 전혀 알지 못하는 관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 결과 확인한 물증은 이 해명과 맞지 않는다.


김희석 씨는 린다 유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린다 유는 한동훈 장관의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한동훈이 직접 쓴 자필 메모도 있었다. "린다유님께, 반갑습니다. 제가 영광입니다. 건강하세요." 한동훈의 다른 자필 메모와 필체를 대조한 결과 동일 인물의 글씨로 판단됐다.


한국법률가대회는 참석을 위해 사전 신청이 필요한 행사다. 린다 유는 법률가가 아니다. 법률과 무관한 활동을 하는 인물이 어떻게 이 행사에 참석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참석자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한 상태다.


린다 유는 한동훈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김은혜 당시 대통령실 홍보수석, 권성동 의원 등 윤석열 정권 핵심 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최근까지 자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한동훈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사용했다. 김희석 씨는 린다 유에 대해 "정권 실세들과의 인맥을 이용해 정치자금을 모으는 로비스트 내지 브로커"라는 제보를 받고 접촉하게 됐다고 했다.


한동훈에게 직접 물었다


3월 21일, 한동훈 전 대표가 서울 경동시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 한동훈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린다 유 아십니까?" 한동훈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처음에 반갑게 인사하다가 표정이 확 바뀌는 순간이 있었다. 한동훈은 별다른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한동훈과 린다 유 양쪽에 텔레그램으로 취재 요청 메시지를 보냈다. 25일 현재 두 사람 모두 메시지를 읽지 않은 상태다.


김희석 씨의 행정입원 결정을 누가 지시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성남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시장이었다. 경찰이 스스로 판단해서 불법적 행정입원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은 낮다. 한동훈이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에 검찰에 항의하고 한동훈 관련 사진을 공개한 사람이 곧바로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된 것은 사실이다.


김희석 씨의 라커 항의에 대한 형사 사건은 경찰이 2023년 9월 검찰에 송치했지만, 기소는 1년 9개월이 지난 2025년 6월 17일에야 이뤄졌다. IDS홀딩스 관련 기소가 6월 13일이었다. 두 사건이 거의 동시에 기소된 것이다. 2년 가까이 묵혀 두었다가 한꺼번에 기소한 배경도 의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강제입원 절차에 법원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한국은 시도지사의 결정만으로 행정입원이 가능하다. 김희석 씨 사례는 이 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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