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른바 '쥴리 재판'의 첫 본격 공판이 열렸다. 김건희 씨가 과거 '쥴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김태희(가명 '센언니') 씨,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이날 30여 명에 달하는 증인 명단과 입증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증인 목록 어디에도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건희 씨의 이름은 없었다.
검찰, 윤석열 측근 변호사들을 1순위 증인으로
검찰이 제출한 증인 목록의 1번과 2번은 최지우, 권호현 변호사였다. 두 사람 모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김건희 씨 측의 고발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최지우 변호사는 주진후 법률비서관의 '좌청룡 백호'로 불리며 네거티브 검증단 총지휘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 모두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최지우 변호사는 내년 총선 출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지우 변호사에 대해 90분, 권호현 변호사에 대해 30분의 증인 신문 시간을 배정했다. 피고인이 세 명인 점을 고려하면, 각 변호인의 반대 신문까지 합쳐 두 명의 고발 대리인을 상대로 하루 전체를 소진하게 된다. 쥴리 의혹의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윤석열·김건희 측의 주장을 먼저 법정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 대리인들은 쥴리 의혹과 관련해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결국 김건희 씨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고발장을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 이들의 증언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검사, "접대부 표현 쓴 적 없다" 법정서 인정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 중 일부가 무너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그동안 검찰은 피고인들이 김건희 씨를 '접대부'로 지칭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 부분에 대해 확인을 요청하자, 검사는 안해욱 회장과 김태희 씨가 방송에서 직접 '접대부'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검사는 "그런 취지로 말을 했다"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공판 첫날 인정한 것이다. '접대부' 표현은 애초에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과 김건희 씨 측 변호인들이 고발장에 적시한 것이었다. 피고인들이 아닌 고발인 측에서 먼저 사용한 표현이 마치 피고인들의 발언인 양 기소된 셈이다.
안해욱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사자후를 쏟아냈다. "내가 이 법정에 서 있는 것 자체가 희극"이라며 "오로지 김건희가 '나는 쥴리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 하나만으로 검사가 나를 법정에 세웠다"고 일갈했다. 그는 "김건희한테 고맙다"며 "그동안 발언을 자제해 왔는데, 이제 법정에서 진실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청객석에서는 "시원하다"는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조남욱·양재택은 30분, 피고인들은 90분
검찰이 제출한 증인 명단에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과 양재택 전 검사도 포함돼 있었다. 조남욱 회장은 김건희 씨가 '쥴리'로 활동했다는 의혹의 핵심 무대인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양재택 전 검사는 김건희 씨와의 동거설이 제기된 당사자다. 두 사람은 이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조남욱 회장에게 30분, 양재택 전 검사에게 60분의 신문 시간만 배정했다. 반면 피고인인 안해욱 회장에게는 90분을 할애했다. 쥴리 의혹의 핵심 인물들보다 피고인을 더 오래 신문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재판에서는 참고 증인 신문을 먼저 진행한 뒤 마지막에 피고인을 신문하는데, 이번 재판은 피고인 신문을 먼저 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증인 명단에는 호텔 관련자, 나이트클럽 영업자 등도 포함돼 있었다. 검찰 측에 유리한 증언을 해줄 인물들로 보인다. 월간조선 기자도 증인으로 신청됐는데, 이 기자는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나이트클럽에 룸이 없었다는 등 김건희 씨에게 유리한 보도를 했던 인물이다.
재판 장기화 불가피…"윤석열 임기 내 끝나기 어려울 것"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30여 명에 달한다. 한 달에 한 번 공판을 열어 두 명씩 증인 신문을 진행한다 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변호인 측의 증인 신문까지 더하면 재판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재판장도 "내가 여기 있는 안에는 결론이 안 날 것 같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안해욱 회장과 김태희 씨 측은 사건 분리 심리를 요청해 왔다. 두 사람이 제기한 쥴리 의혹의 범위가 정천수 씨와 다르기 때문이다. 안 회장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김건희 씨를 만났던 경험을 증언하고 있고, 김태희 씨는 라마다르네상스 나이트클럽에서 김건희 씨를 봤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천수 씨는 양재택 동거설 등 더 넓은 범위의 의혹을 다뤘다.
그러나 정천수 씨 측 변호인은 분리 심리에 반대하며 오히려 강진구·최영민 등 당시 취재 기자들도 함께 기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천수 씨가 "취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기자들이 했다"고 진술한 것과 맞물려,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은순 씨 부동산 내역, 증거로 제출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에는 의외의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김건희 씨 모친 최은순 씨의 '본권 당시 부동산 소유 내역'이다. 최은순 씨의 부동산 보유 현황이 왜 피고인들의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지 의문이다.
최은순 씨의 부동산 취득 시기는 1990년대 중후반에 집중돼 있다. 이 시기는 안해욱 회장이 김건희 씨를 만났다고 주장하는 시기와 겹친다. 검찰이 이 증거를 통해 무엇을 입증하려는지 불분명하지만, 오히려 최은순 씨의 부동산 취득 경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거 목록에는 김건희 씨와 양재택 전 검사의 출입국 조회 결과도 포함됐다. 1990년대 후반 김건희 씨(당시 김명신)가 양재택 전 검사, 최은순 씨와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출입국 기록은 오히려 세 사람의 동행 사실을 입증해,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변호인 측, 김건희 씨 증인 출석 요구할 듯
변호인 측은 김건희 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안해욱 회장은 "가장 중요한 증인은 김건희"라며 "김건희가 나오면 다 해결된다"고 말했다. 최은순 씨 역시 핵심 증인으로 거론된다.
안해욱 회장은 1997년 5월 조남욱 회장의 집무실 옆 연회장에서 김건희 씨를 처음 만났다고 주장한다. 당시 동행했던 태권도 관계자들의 이름과 직책까지 경찰 조사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수사 기록 어디에도 이들에 대한 확인 조사 흔적이 없다. 이날 방송에서 안원구 전 대구국세청장도 당시 전시회 현장에서 '쥴리'라는 이름의 작가와 김건희 씨를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다음 공판은 12월 12일로 예정됐다. 검찰이 첫 순서로 내세운 윤석열 측근 변호사들의 증인 신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해욱 회장은 "쥴리만 꺾으면 이 정권은 끝장난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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