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3000억 혈세 투입 가거도 '슈퍼방파제' 붕괴 위기... 서삼석 의원은 7년째 외면

뉴탐사 현장 취재, 케이슨 구조물 20cm 벌어지고 바다 쪽으로 심각한 기울어짐 확인

2025-09-10 01:17:41

대한민국 최서남단 끝섬 전남 신안군 가거도. 100년 빈도 태풍에도 끄떡없다며 '슈퍼방파제'라 명명한 국책사업이 완공 6개월 만에 붕괴 위기에 처했다. 뉴탐사가 9월 9일 왕복 8시간 배를 타고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방파제는 곳곳에서 심각한 균열과 기울어짐을 보이고 있었다.


13층 아파트 높이에 달하는 1만톤짜리 케이슨(콘크리트 구조물) 15개가 일렬로 세워진 이 방파제는 케이슨 사이가 최대 20cm까지 벌어져 있었다. 어린아이가 발을 빠뜨릴 위험이 있을 정도다. 취재진이 방파제 상판에 골프공을 놓자, 공은 멈출 때까지 바다 쪽 대각선 방향으로 계속 굴러갔다. 여러 구간에서 실험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다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케이슨간의 틈 사이 바다가 보일 정도로 벌어졌다.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철제 보호대를 설치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수부가 기울어짐을 감추려 한 흔적이다. 케이슨 사이 단차가 심한 곳은 그라인더로 깎아 평평하게 보이려 했고, 다른 곳은 시멘트를 비스듬하게 발라 놨다. 눈가림 보수였다.


이번 취재에는 공사에 직접 참여했던 지역 건설업체 대표 정정재 씨가 실명으로 증언했다. 또한 비리를 수사하다 좌천당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모금원 경위도 용기 있게 나섰다.


46년째 이어지는 가거도 방파제의 비극


가거도 방파제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년간 1300억원을 투입해 2008년 겨우 완공했으나, 2011년 태풍 무이파와 2012년 태풍 볼라벤에 절반이 파괴됐다. 60톤 테트라포드 2000개가 마을 앞까지 날아왔다. 2011년 김황식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해 "100년 빈도 태풍에도 견디는 슈퍼방파제"를 약속했다.


2012년 삼성물산이 1180억원에 낙찰받아 2018년 완공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완공은 2020년, 2021년, 2022년으로 계속 미뤄졌고, 사업비는 3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현재는 현대산업개발이 보강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이 부실시공한 방파제를 국민 세금으로 다른 업체가 보수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뉴탐사가 국회 예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250억원, 2016년 340억원, 2019년 415억원, 2023년 230억원, 2024년 210억원이 투입됐다. 2025년에도 160억원과 추경 80억원이 배정됐다. 올해 해수부 추경 870억원 중 10%가 가거도에 쏟아진 것이다. 내년에도 76억원이 편성됐지만 완공은 장담할 수 없다.


정정재 대표는 "B, C 구간은 뻘로 된 연약지반인데 1만톤 케이슨을 세운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파도가 치면 케이슨 보호용 근고블록이 탈락하고, 뻘이 파헤쳐지면서 구조물이 바다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서삼석 의원, 감리단장과 사진 찍은 후 태도 돌변


지역구 국회의원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문제를 7년째 외면하고 있다. 서 의원은 8월 2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발탁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호남에 보답하겠다"며 서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과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동시 임명했다.


서 의원은 2018년 보궐선거 당시 정정재 대표로부터 방파제 설계 문제점을 담은 서류 뭉치를 받고 "당선되면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선거운동을 열심히 도왔다.


당선 직후 서 의원은 해수부 장관과 헬기로 가거도를 방문했다. 문제는 이때 찍은 사진이었다. 서 의원 옆에서 웃고 있던 인물이 방파제 설계·감리를 담당한 감리단장이었는데, 이 사람은 후에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 보궐선거 후 서삼석 의원이 가거도 방문했을 당시 사진(제보자 제공)


정 대표는 "그 사진 이후 서 의원이 저를 피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서 의원이 국회에서 한 일은 문제 해결이 아닌 예산 증액이었다. 2018년 정부안 315억원을 415억원으로 100억원 늘렸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부은 셈이다.


흥미롭게도 서 의원의 재산 변화 시기가 예산 증액과 겹친다. 2011년 무안군수 시절 3억원대였던 재산이 2019년 국회의원이 되면서 16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8년 당선 직후 서울 성동구와 옥수동에 아파트를 취득했다.


"여러분이 자유로워지길"... 의미심장한 국감 발언


2019년 국정감사에서 서 의원은 해수부를 향해 "40년 동안 하는데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지적하면서도 마지막에 "여러분들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설계 조작과 부실시공을 알면서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0년 국감에서는 "완공이 지연되면 대안을 강구하라"며 3000억원짜리 방파제를 포기하자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이후 서 의원은 가거도 방파제 문제를 제대로 제기한 적이 없다.


뉴탐사가 국회에서 서 의원을 만나 가거도 방파제 균열을 묻자 "오래돼서 기억 안 난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가 막다른 곳에 이르자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는 등 사실상 도주했다. 보좌관을 통해서는 "해수부가 문제없다고 해서 국감에서 지적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삼석 의원에게 가거도에 대해 질문하려하자 카메라 촬영을 거부하는 모습


수리모형실험 조작 수사, 외압으로 중단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모금원 경위는 "공무원들이 수리모형실험 결과값을 조작한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수사 중 갑자기 수사팀 자체가 해체되고 모 경위는 3000톤급 경비정으로 좌천됐다. 후임자는 사건을 종결시켰다.


모 경위는 "이명준 청장 뒤에 또 뭐가 있다는 걸 확신했다. 이런 큰 사건을 청장 혼자 결정으로 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명준 서해지방해경청장은 수사 중단 외압 혐의(직권남용)로 고발돼 현재 전남경찰청이 내사 중이다. 경찰이 해경 청장을 조사하는 이례적 상황이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정청래의 첫 인사, 호남은 외면


서 의원은 2023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사실상 이재명 대표 체포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던 그를 정청래 대표가 첫 인사로 발탁한 것은 당내 통합 차원으로 보인다.


8월 21일 전남 무안 호남발전특위 출범식에서 정 대표는 "호남의 역사와 정신을 당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했고, 서 의원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호남 발전을 책임진다는 서 의원이 정작 자신의 지역구 핵심 현안은 외면하고 있다. 가거도 방파제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국경 섬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정정재 대표는 "서 의원이 약속을 지켰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 세금을 낭비한 이들이 책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가 호남을 위해 발탁한 인물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가거도 방파제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매체는 지난 9월 10일 및 9월 18일 단독보도면에 <거가도 방파제 3000억 비리 수사 덮은 서해경찰청, 수사팀장 쫓아내고 무혐의 종결한 내막 폭로> 등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서해지방경찰청 및 이명준 청장은 "특정 학연 관계에 있는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에 개입하거나 부당하게 인사 조치를 내린 사실이 없다." 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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